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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절벽 현실화... 부동산 시장 한파 오나
거래절벽 현실화... 부동산 시장 한파 오나
  • 오수현 자유기고가
  • 승인 2018.05.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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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로 현실화 되고 있는 부동산 거래절벽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절벽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집값 역시 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5년간 박근혜 정부의 대폭적인 규제 완화에 힘입어 거침없이 오름세를 탔던 부동산 시장이 급등세를 마감하는 형국이다.

[Queen 오수현 자유기고가] 사진 서울신문 Queen DB
 
거래 위축 장기화시 집값 조정 불가피
 
4월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절반 넘게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이전 세금 부담을 피해 부랴부랴 매물로 내놨다 거래에 실패한 물건들을 거둬들이면서 매도 물건이 줄어들었고, 매수심리 역시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여름 비수기와 지방선거도 머지않아 당분간 시장 상승을 견인할 만한 호재가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도와 매수 움직임이 끊긴 채 본격화되고 있는 거래절벽 흐름이 적어도 상반기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 여파로 매도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 시장 관망세는 큰 변화 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거래위축이 장기화 되면서 집값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매수세가 떨어지면 매도가 필요한 이들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호가를 낮출 수밖에 없어 집값은 하향 흐름을 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반기 정부의 보유세 인상 윤곽이 구체화되면 가격 하락세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집값은 당분간 보합이나 약보합세를 지속하다 하반기 보유세 인상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본격적인 하락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란 얘기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거래절벽 장기화와 이에 따른 관망세, 그리고 가격 조정 및 하락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이라면 성급히 매수에 나서기보다 지금은 최대한 자금을 확보하면서 기다릴 때라고 조언한다.
 
보유세 한파 거세게 불어

‘보유세 한파’도 거세다. 이달부터 다주택자를 겨냥한 양도세 중과 조치가 발효한 가운데 보유세 개편 논의까지 본궤도에 진입하자 아파트 거래건수가 급락하고, 강남·서초구의 집값이 하락 반전하는 등 이상 징후가 뚜렷하다.  보유 매물을 내놓자니 양도세가 부담스럽고, 버티자니 보유세가 눈에 밟히는 다주택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이달 들어 2939건을 기록 중이다. 4월도 이날로 반환점을 돌았지만, 거래건수는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거래가 활발하던 지난달 총거래건수(1만3935건)의 2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서울의 집값 상승세를 주도해온 강남4구도 양도세, 보유세 한파에 잔뜩 움츠러들었다. 서초구(76건)가 강남4구 가운데 거래가 가장 부진했다. 서초구는 아파트 매매가도 지난주까지 2주 연속 역주행 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소는 “4월 이후로 거래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면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실제 거래로 이어지긴 힘들어 보인다”고 전했다.

강남(88건)과 강동(124건), 송파(136건) 등 매매가 상승을 주도해온 자치구들도 이달 들어 거래가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거래부진은 강북으로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종로구(27건), 용산구(43건), 광진구(51건), 중구(53건), 구로구(64건), 영등포구(127건), 양천구(128건) 등이 이달 들어 거래가 급락했다. 상대적으로 거래가 활발한 노원구(267건)와 성북구(267건)도 3월에 비해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거래 절벽이 4월 들어 심화하고 있는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양도세 중과조치가 이달부터 발효되고, 보유세 개편 문제를 논의할 재정개혁특위까지 출범하면서 다주택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보유 물량의 일부를 털어버리자니 양도세 부담이 크고, 버티자니 보유세가 눈에 밟히는 형국이다.
 
매수 후보군 치열한 눈치 작전
 

 

강남을 비롯한 노른자위 지역 진입을 노리는 매수 후보군들도 이러한 시장 기류를 파고드는 모양세다.  보유세 개편의 향방에 따라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이 대거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진득하게 기다리면서 시간과의 싸움을 펼치는 등 눈치 보기가 치열하다. 매수자와 매도자 양측이  보유세 정보전을 펼치면서 거래 부진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의 주요 관심사는 과세 대상에 ▲1가구 1주택자도 포함할지▲종합부동산세 세율은 얼마나 올릴지 등에 모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보유세율을 국내총생산(GDP)의 0.8%수준에서 1%로 인상하는 내용의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보유세를 0.2%포인트 더 올리면 추가 세수는 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추정한 바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보유세 인상 방안이 어떤 식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시장의 분위기도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면서 “일시적인 가격 하락으로 끝날지 장기 침체로 이어질지는 정부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40억 이상 고가 아파트 거래량 용산구 최다

4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 거래량이 최근 5년 새 8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바탕으로 5년간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4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의 거래량은 2013년 12건에서 지난해 105건으로 늘었다.
강남권에서 고가 아파트 거래가 많았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40억원 이상의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용산구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4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거래된 지역을 보면 총 255건 중에서 절반이 넘는 141건이 용산구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강남구(76건), 3위는 성동구(34건), 4위는 서초구(2건)·중구(2건) 이었다.

용산구 한남동에서는 ‘한남 더힐’이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분양전환이 이뤄지면서 초고가 아파트 거래량이 급격히 늘었다. 삼성동 아이파크, 도곡동 타워팰리스, 청담동 마크힐스이스트윙과 상지리츠빌카일룸 등 다양한 고가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는 강남구가 두 번째로 거래가 많은 지역으로 꼽혔다.
성동구 성수동에서는 ‘갤러리아 포레’의 거래가 매년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5년간 총 34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고가 아파트의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수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용산구, 강남구, 성동구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고가 주택을 원하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가 아파트 거래가 많이 이뤄진 지역에서는 올해도 공급이 예정돼 있다.
용산구에서는 외인아파트 부지에 시행사 디에스한남이 고급 주거 단지 ‘나인원 한남’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인원한남은 고분양가 논란으로 분양보증 심사 과정에서 한 차례 반려된 뒤 현재 분양보증 심의를 재접수 하려고 준비 중이다.
유엔사 부지를 낙찰받은 일레븐건설도 주거·업무·문화시설 등이 들어서는 고급 복합단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강남구에서도 고가 아파트 공급을 준비 중이다. 상지카일룸은 강남구 논현동 언주로 720 부지에 연면적 8천732.67㎡, 지하 4층~지상 23층, 2개 동으로 구성된 논현동 카일룸을 공급할 예정이며, 청담동 빌라를 재건축한 청담동 카일룸도 선보일 계획이다.
 
거래는 급감, 중개사는 급증
 

 

최근 주택거래 급감에도 새로 문을 여는 서울 부동산 중개업소는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밀집률이 높은 업종도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4월초까지 증가한 서울의 중개업소 수는 374곳(1.55%)에 달한다. 지난해 하반기 증가분(182·0.76%)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구에서는 62곳이 늘었다. 송파구는 58곳, 서초구는 18곳 늘었다. 강남3구에서 하루에 하나 이상 꼴로 중개업소가 생긴 것이다. 강남3구를 합치면 서울 전체 증가분의 36.90%를 차지한다. 강북의 마포구와 용산구, 성동구에선 총 72곳이 늘었다. 성동구는 증가율는 4.31%로 가장 높았다.

중개업소 증가와 더불어 서울 주택 거래건수는 급감하고 있다. 실제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하루 214건, 지난달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이런 ‘거래절벽’은 강남 지역이 더 심했다. 양도세 중과세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달까지 다주택자들은 처분할 집은 다 처분했고, 새로 집을 마련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공인 중개사, 밀집률 1위 업종

지난해 개업 공인중개사는 모두 10만1720명에 달한다. 2013년 8만2031명에서 주택경기 호황기를 타고 급격히 늘었다. 서울에서 가장 밀집률이 높은 업종도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의 부동산 밀집률은 1.36%로 8개의 대분류 업종 가운데 과밀 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밀집률은 전국 주요 상권의 업종밀도를 1로 봤을 때 지역 내 해당 업종이 얼마나 과밀 혹은 과소한지를 표현한 지수다. 밀집률 1.3%는 해당 업종의 밀집 정도가 해당 지역의 평균 대비 1.3배 높음을 의미한다.
 
급매물 속출하는 전세시장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심상찮다. 새 아파트 입주가 대거 예정된 곳을 중심으로 전세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는 물론이고 인근 아파트까지 줄줄이 전셋값이 하락하고 세입자 구하기는 어려운 역전세난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특히 성동구가 0.24% 떨어졌고 송파(-0.2%)·서초(-0.15%)·강동(-0.13%)·강남구(-0.12%) 등 강남4구의 전세값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올 들어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이 2% 넘게 미끄러졌고 서초·강동·동작구도 1% 이상 하락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이 몰려 있어 전세수요가 분산됐거나 재건축을 앞둔 오래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전셋값도 약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전세 만기 집주인들 좌불안석
 
전세 만기를 앞둔 집주인들은 좌불안석이다. 전셋값이 떨어졌다고 해도 지금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 계약이 이뤄진 2016년 4월에 비해 전세가격이 아직은 높은 단지가 대다수다. 하지만 일부 입주 물량이 몰려 있는 단지에서는 2년 전보다 낮은 수준에서 전셋값이 형성된 곳이 적지 않다.
실제로 헬리오시티 입주 영향권에 있는 강동구 둔촌동 현대1차아파트 전용 84㎡는 이달 초 3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2년 전 최고 3억25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던 것과 비교하면 2500만원 가량 전셋값이 떨어진 것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7단지 전용 84㎡도 2016년 4월 5억 5000만~5억 6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1억원 가량 떨어진 매물이 나오고 있다.
 
전세시장 전망 놓고 전문가 의견 엇갈려
 
문제는 전셋값 하락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전세수요를 흡수하면 주변 단지들은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전셋값을 더 낮춰야 한다. 입주 물량 이슈가 없는 다른 지역으로도 가격 하락세가 확산하는 물결 효과도 예상된다. 작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고액 전세자 상당수가 내 집 마련에 나서 전세 수요도 많이 줄어든 상태다.

반면 입주 물량에 따른 전셋값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에 머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08년 재건축 단지인 잠실 1~2단지(엘스·리센츠)와 잠실시영아파트(파크리오) 입주로 일대 아파트 전셋값이 일제히 하락하며 역전세난을 겪기도 했으나 2009년부터 전세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며 전세가격이 크게 올랐다. 공급이 몰렸다가 뜸한 시기도 오면서 수급이 자연스럽게 조정되기 마련이며 경기 침체와 같은 돌발 변수가 없다면 재계약 시점에 전셋값이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Queen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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