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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박사 박범진 충남대 교수의 숲에서 행복과 희망 찾기
숲박사 박범진 충남대 교수의 숲에서 행복과 희망 찾기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8.05.14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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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평화와 화해가 더 잘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엄마와 딸의 관계도 숲에서라면 더 진전될 수 있다. 비채여행문화연구소를 설립해 엄마와 딸을 위한 숲으로의 힐링여행을 기획한 박범진 충남대 교수를 만났다.
취재 백준상 기자 | 사진 매거진플러스

서로 친한 것 같은데 잘 싸운다. 너무 친해서 때로는 안 해야 할 말도 해서 상대를 상처 준다. 엄마는 자신을 투영한 딸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난다. 딸은 자신에 대한 엄마의 기대가 부담스럽다. 둘은 서로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미안해하며, 힘들어 떨어졌다가도 그리워하며 다시 만난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엄마와 딸의 관계이다. 이런 모녀 관계를 숲을 통해 풀어보겠다는 프로그램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박범진 충남대 교수가 주도하는 ㈜비채여행문화연구소는 ‘엄마와 딸을 위한 숲으로의 힐링여행’ 상품을 개발해 6월 첫 선을 보인다.

숲은 인간관계를 증진하는 힐링의 공간
“아이들은 공부, 젊은 사람들은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장년은 선·후배 양쪽으로부터 치이는 샌드위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르신들은 또 오래 살아야 하는 장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등 우리의 삶은 일상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로 가득합니다. 그런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을 숲에서 하자는 것이고, 숲이란 환경을 통해 가장 힐링이 필요한 대상이 엄마와 딸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번 모녀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한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 박범진 교수는 국내·외에서 알아주는 산림치유 전문가이다. 충남대 농학박사, 일본 동경대 산림과학박사 출신으로 일본 치바대학 환경건강필드과학센터 교수도 겸하고 있으며 올해 산림치유를 본격화하기 위해 ㈜비채여행문화연구소를 창립했다.
숲으로 어떻게 사람을 건강하게 할까를 연구해 온 박 교수는 “우리 국민들이 단기간 압축성장 하면서 잃어버린 것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 비용이 지금 여러 형태의 스트레스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국토의 64%가 숲으로서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숲을 보유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일본 체류 시 일본 치바대학 등이 참여한 연구그룹에 속해 숲이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 효과를 현장연구를 통해 밝혀낸 바 있다.
일본의 20대 남성 대학생 500여 명을 대상으로 15분간 숲 경관을 바라보거나 숲길을 산책하게 하니 도시 경관을 바라보거나 도시의 길을 산책하는 것에 비해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농도를 낮추어 주고 혈압과 맥박 수도 낮추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는 인간의 신체기관이 숲이라는 환경에 적합하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500만년 이상을 숲에서 살아온 인류가 도시에서 생활한 시간은 0.01%도 되지 않는다. 문명이 탄생하기 전, 숲은 인간에게 은신처이자 식량 공급처였다. 약육강식의 환경에서 숲은 인간에게 천적으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장소였으며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는 식량창고였던 것이다.
“숲이라는 공간은 마음의 장벽을 내려놓게 합니다. 산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인사하고, 음식을 나눠먹기도 하지 않습니까. 숲에서는 사람 사이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엄마와 딸이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이해하고, 동시에 숲이 주는 힐링 효과로 힐링 되는 여행 프로그램입니다. 엄마와 딸은 여성으로서 감수성이 강하므로 숲이 주는 힐링을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엄마와 딸이 함께하는 여행 프로그램 진행
비채여행문화연구소의 ‘엄마와 딸을 위한 숲으로의 힐링여행’은 우선은 당일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차츰 1박2일, 2박3일 프로그램도 도입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참가 모녀에 대한 상담과 중재를 전혀 하지 않으며, 다만 상대의 뒷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하는 간단한 미션을 준다. 엄마와 딸이 서로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이어지는 인터뷰 미션에서는 서로에게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속마음을 얘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모녀가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박범진 교수는 지난해 실시한 파일럿 여행을 통해 긍정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참가한 엄마와 딸,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강요 없는 편안한 여행, 동행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한 여행이었다는 소감을 밝힌 것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딸들이 우선 놀랐던 것은 어머니들이 숲의 식물 이름, 나무 이름에 대해 그토록 많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머니는 공부도 못하고 돈만 얘기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머니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이다. 모닥불 주위는 아니었지만 다소 어두운 조명 아래 둘러앉아 얘기를 나눔으로써 모녀들은 엄마 또는 딸의 새로운 면을 더욱 발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박 교수는 “엄마와 딸이 활짝 웃는 투 샷 사진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그러한 사진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가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아닙니다. 모녀 관계가 정말 아프다면 여행이 아니라 의료전문가를 찾아가야 하겠지요. 프로그램의 목표는 일반 모녀가 서로를 편하게 느끼는 관계의 입구를 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
박 교수는 이 여행 프로그램이 무엇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며, 숲 치유 지도사의 안내에 따른 편안한 힐링으로 아픈 마음을 빨리 치유되는 상태로 만들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이 계기가 되어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끔 소개할 수 있고 전문가와의 협업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걱정을 비우고 행복을 채우는 뜻에서 이름을 정한 비채여행문화연구소가 우리 여행문화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길 바랐다. 기존에 보고 먹고 이동하는 여행이 아닌, 공정여행을 기반으로 자연을 즐기고 쉬는 여행으로 흐름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우선은 모녀 관계를 시작으로 국민의 건강을 챙기는 산림치유 여행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 다음에는 국토의 64%인 숲을 어떻게 경제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지 더 연구해 나갈 것입니다. 산림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산림복지 전문가 등 산림 관련 인력들이 일할 기회를 늘리는 것을 고민하는 회사가 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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