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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을 닮은 ‘구님’, 구혜선의 재발견
봄 햇살을 닮은 ‘구님’, 구혜선의 재발견
  • 송혜란
  • 승인 2017.04.19 0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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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부터 영화감독, 화가까지 구혜선을 표현하는 수식어는 꽤 많다. 이를 하나로 통칭하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자신을 갈고닦는 구혜선. 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가겠다는 당찬 모습이 역력한 그녀는 최근 tvN 예능 <신혼일기>를 통해 인간적인 매력도 선보였는데….

MBC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보여주고 있는 ‘정해당’ 역은 또 어떠한가. 마치 따사로운 봄 햇살을 닮은 배우 구혜선의 매력탐구 시간.
 

2002년 CF ‘삼보컴퓨터 슬림PC’로 데뷔한 구혜선은 원조 얼짱 출신 배우다. 시트콤 <논스톱 5>로 본격적인 연기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드라마 <서동요>를 지나 <열아홉 순정>의 ‘양국화’로 첫 주연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이후 사립고에 다니게 된 세탁소집 딸과 부잣집 도련님들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당대 톱스타 이민호, 김현중, 김범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금잔디’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서민 가정 출신의 평범한 여고생 금잔디는 그녀의 인형 같은 미모와 톡톡 튀는 매력이 더해져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부탁해요 캡틴>, <블러드> 등에 출연하며 연기생활을 이어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럼에도 중간 중간 <구혜선 소품집-숨>, <갈색머리> 등 앨범을 발매하거나 <유쾌한 도우미>, <요술>, <복숭아 나무> 등 영화감독으로 데뷔, 소설 <탱고>를 출간하는 등 다재다능한 면모를 가감 없이 뽐냈다.

배우라는 한계를 넘어선 그녀는 지난 1월 전시 <다크 옐로우>까지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찬사를 받으며 화가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매사 균형을 잡으려는 그녀의 줄타기는 아슬아슬해 보이나 그래서 더욱 예술가 같은 면모가 두드러져 보인다.

 


사랑도 드라마같이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구혜선. 2015년 뱀파이어 의사의 활약상과 멜로를 담은 판타지 메디컬 드라마 <블러드>는 시청률 저조라는 큰 실패를 낳았지만, 그녀의 인생에는 엄청난 축복을 안겨다 주었다.

상대역을 맡은 배우 안재현과 1년간 남모른 사랑을 이어가다 지난해 5월 결혼에 골인한 것이다. 그동안 독특한 사고를 보여 온 그녀와 결혼을 결심한 그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라는데…. 부부가 향후 어떠한 결혼생활을 이어갈지 기대가 앞섰다.

역시 결혼식 행보부터 남달랐던 부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 시대의 결혼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 때문에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는 그녀는 남편과 상의해 결혼식을 따로 치르지 않고 예식에 들어가는 전 비용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랑도 드라마같이 하는 그녀는 남편과 함께 나영석 PD의 예능 <신혼일기>에 출연해 리얼한 신혼생활을 보여주는 데도 여과가 없었다. 그녀의 로망인 시골살이를 위해 서울을 떠나 강원도 인제에 신혼집을 차린 두 사람. 자신을 굳이 포장하거나 꾸미려 하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현명하면서도 귀여운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

아무렇게나 눌러쓴 모자에 되는 대로 걸쳐 입은 옷차림, 타인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그녀는 원래 일상이 그러하듯 집안일을 하거나 피아노를 치고 작품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었다.

평소 애정을 쏟아 키우던 강아지와 놀고, 남편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심지어 카메라 앞에서 방귀까지 뀔 줄 아는 그녀의 격 없음은 왠지 새침할 것 같다는 기존의 선입견을 뒤집는 데도 한몫했다.

스스로 가면을 쓰지 않은 그녀는 보는 이들마저도 편안한 기분을 들게 했다. 물론 나영석 PD만의 연출도 큰 힘을 발휘했을 테지만 말이다.

구님~♥

때론 과감한 스킨십, 혀 짧은 애교 등 남편과의 애정 행각이 너무 달달해서 시청자의 심술궂은 부러움을 사기도 했는데…. 구혜선은 국수를 삶으려다 면발에 불을 붙이는 등 자칭 ‘창작 요리’라는 엉성한 요리 실력을 들켰지만, 남편 안재현은 ‘구님’이라는 애칭을 서슴없이 쓰며 “실패한 요리가 하나도 없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아내만 홀로 남기고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온종일 인제를 떠났던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보고 싶었다는 듯 그녀를 향해 곤두박질치는 장면까지 그려져 한편의 로맨스 영화를 연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일까? 왜 매울 신(辛)자를 써 신혼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깨가 쏟아지다가도 서로의 생활 방식이 부닥칠 때 보여준 두 사람의 갈등은 여느 부부의 공감을 사기 충분했다.

한때 그녀는 남편에게 자신이 집안일 대부분을 도맡아서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면서 생색을 냈다는 것이다. 이때 두 사람의 대화법은 수많은 부부에게 큰 귀감이 되었다. 집안일에 관해 긴 이야기를 풀어갔던 두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털어놓으며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자칫하면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문제를 조곤조곤 진지한 말투로 시종일관 대처한 그녀의 지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혼 전 30년이 넘게 따로 살아온 타인이 각자의 생활 방식을 조금씩 맞춰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짜 신혼이라는 생활 철학까지 보여준 구혜선. 가히 인간 구혜선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말 안방극장에 선 그녀

드디어 <신혼일기>의 대단원을 마무리한 구혜선. 그녀는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질 법도 한데 바로 새 작품에 들어갔다. MBC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로 주말 안방극장에 선 것이다.

이 드라마는 불꽃 같은 인생을 사는 스타가수 ‘유지나’와 그녀를 똑같이 따라 하는 모창 가수 ‘정해당’이 펼치는 인생사를 통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의 시간을 마련한 작품이다. 그녀가 맡은 정해당은 웬만한 난관이 찾아와도 한여름 바닷가에 핀 해당화처럼 벙실벙실 잘 웃는 역할이다. 언뜻 보면 따사로운 봄 햇살 같은 그녀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드라마 첫 회부터 그녀 특유의 말투와 연기 톤으로 연기력 논란이 불거져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녀의 연기가 엄정화가 맡아 열연하고 있는 톱가수 유지나를 흉내 내는 모창가수 정해당(예명 유쥐나) 캐릭터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유지나의 그림자로 살아가는 밤무대 가수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유지나 같은 느낌을 표현하기에 연기력이 다소 불안해 보이기는 한다.

관능적인 몸짓으로 눈을 게슴츠레 뜨며 ‘나 섹시한가요’라고 묻는 장면이나 손님이 조롱의 의미로 던진 바나나를 집으며 ‘돈으로 줬으면 더 좋았을걸. 그랬으면 더 화끈하게 벗었을 텐데’라며 드레스 자락을 고치는 장면에서 밤무대 가수로서 겪어야 하는 삶의 애환이 비치기는커녕 연기를 위한 연기로 묻힌 채 끝나고 만다는 무척 날카로운 평도 있다.

물론 방송 초입만 보고 던지는 여느 비평가의 송곳 같은 말 한마디가 그녀에게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니냐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회가 거듭할수록 그녀의 연기는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조성택’의 장례식장에서 보여준 그녀의 오열 신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았는가!

드라마 때마다 연기력 논란의 중심에 선 그녀가 여전히 배우로서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그 사실에 있다.

‘구님’과 ‘배우’ 사이의 숙제를 떠안은 구혜선. 대중의 시선이 따갑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늘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열정만큼은 함부로 폄하할 수는 없을 터. 그녀가 모두의 우려를 뛰어넘고 보란 듯 주말 안방극장을 점령할 수 있기를 힘껏 응원해 본다.


[Queen 송혜란 기자 ] 사진 YG엔터테인먼트, tvN,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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