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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정숙 ‘나의 남편 문재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정숙 ‘나의 남편 문재인’
  • 서효정
  • 승인 2017.04.03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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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64) 전 대표가 3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됐다. 문재인 후보는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 순회경선에서 60.4% 득표로 4연승하여 본선에 직행했다. 문재인 후보로서는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나선 데 이어 두 번째 대권 도전이다. Queen은 2012년 대선후보로 나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부인 김정숙 씨와 인터뷰를 갖고 '나의 남편 문재인'에 대해 들었다.

[Queen 2012년 10월호] 부부는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겪으며 서로를 닮아간다고 했다. 강산도 네 번이나 변했을 4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인생의 동반자로 삶을 함께 거쳐 온 부부에게는 단순한 사랑 그 이상의 신뢰와 일체감이 있으리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소탈함 그리고 인간적인 매력은 그의 아내 김정숙 여사에게도 고스란히 묻어나는 듯했다.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이틀 뒤 곧바로 이뤄진 인터뷰였기에 만나자마자 축하 인사와 소감부터 묻는 기자에게 그이는 곧바로 손사래를 친다.

“사실은 아직도 많은 것이 조심스러워요. 후보로 선출된 것이 무작정 기쁘다기보다는 그만큼 이 시대와 사회가 정말 간절히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기회가 됐다고 해야 할까요. 남편도 결국 민심이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통해 바라는 것들을 잘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남편이 지금껏 살아온 가치관대로만 변치 않고 쭉 이어간다면, 그 민심에 반드시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어요.”

세상으로 나와 ‘사람’에 공감하다

여당과 야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고, 곳곳에서 대선 출마 선언이 이어지며 본격적인 대선레이스가 시작됐다. 이에 각 후보 배우자들의 내조활동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아내 김정숙 여사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내조법을 택했다.

젊은 시절 성악가 출신으로서의 예술적 지식과 감각을 살려 주로 문화·예술분야의 인사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 <정숙씨, 세상과 바람나다>(미래를소유한사람들)를 출간한 것이다. 그간 그이와 가볍게나마 친분이 있었던 방송인 김제동, 가수 이은미, 사진작가 김중만, 연극배우 손숙 등 9명의 인사들을 만나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하고도 폭넓은 주제로 주고받은 대화를 생생하게 담아낸 것.

뿐만 아니라 인터뷰어로서 인터뷰를 하며 그이가 느낀 소회를 담담하게 풀어낸 내용도 꽤 인상적이다. 갑작스레 책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그이는 “남편을 돕기 위해서”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남편 뒤에서 그저 꽃다발만 들고 서 있는 아내가 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때문에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남편을 돕고 싶었고, 젊은 시절 문화·예술계통에 잠시나마 몸담았던 경험을 활용해 인터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본래 그이는 경희대 성악과 출신으로 서울시립합창단에서 활동했던 촉망받는 음악인이었다. 결혼 후에는 남편의 내조에만 전념하며 전업주부로 지냈지만, 음악과 예술에 대한 갈망은 마음속으로 늘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을 만나 그들과 같은 공감대를 느끼고 나누고 싶은 개인적인 바람도 책을 출간한 이유 중 하나였다.

“여러 가지 저의 바람들이 합쳐져 책을 내게 된 것이지만, 9명의 명사들을 인터뷰하면서 결론적으로 제가 배우고 느꼈던 점이 훨씬 많았어요. 사실 연예계를 비롯한 예술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겉으로 굉장히 화려해보이잖아요. 그런데 그들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 과정은 정말로 안타까우리 만큼 힘들었고 또 치열했더라고요. 가령 가수 이은미 씨의 앨범이 나오면 우리 같은 대중들은 ‘아, 노래가 좋구나’라고 생각할 뿐이지만, 그분은 그 앨범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하루 종일 연습을 하고, 목을 관리하고, 정말 어마어마한 노력을 들이는 거예요. 이렇듯 화려한 삶 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성공한 사람들에게도 어려움과 아픔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죠.”

이는 돈과 직위에 관계없이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힐링(healing, 치유)’을 갈망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그이는 방송인 김제동과의 인터뷰 중 유난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고 했다.

“심리적인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은 많은 의미를 내포했다. 내 아픔을 나의 이웃이 혹은 나의 국가가 알고 있고, 또 그들은 그 문제들을 해결해주고 더불어 나를 보호해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스스로가 늘 인식하고 있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사람들은 늘 위기의식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같아요. 아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 나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런 강박관념과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며 말이죠. 그게 참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마음속의 온전한 평화를 느낄 수 없게 하는, 끊임없는 경쟁구도의 이 사회에 대해 저 역시도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정치인’ 문재인의 아내

▲ 문재인 후보 부인 김정숙 씨.

문재인 후보가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던 것은 참여정부 시절부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노 전 대통령과 문 후보는 부산 지역에서 함께 노동·인권변호사로 남다른 우정을 쌓아왔다.

이후 3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노 전 대통령이 대선에 당선되며 문재인 후보 역시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동행한 것.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참여정부의 핵심 멤버로 꼽혔다.

이처럼 30년 지기 친구의 요청으로 함께 국정운영에 힘을 보탰지만, 본래 정치에는 뜻이 없었던지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는 그 역시 자연스레 다시 변호사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후 갑작스러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큰 충격을 받게 된 그는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 및 이후의 절차를 모두 도맡아 처리하고, 그 직후부터는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의 이사장을 맡게 된다.

“그 힘든 시기를 맞게 되기 이전부터 사실 남편에게는 오래 전부터 정치계의 제의가 끊이지 않았어요. 어떤 분들은 심지어 우리 집 앞에 3박 4일 텐트를 치고 기다리며 설득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워낙 사리사욕이 없는 사람이다 보니 일종의 권력으로 비춰졌던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했었고, 저를 비롯한 가족들도 정치만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 생각이 허물어지는 과정이 하루, 이틀 만에 쉽게 된 것은 아니에요.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난 뒤에 오는 그 허무함을 시작으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부조리한 문제들, 그것으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접하다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고, 일종의 사명감, 책임감을 갖고 결국 정치계에 나올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서게 된 것이죠.”

문재인 후보가 총선, 나아가 대권도전의 결심이 서기까지 누구보다 오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이였기에 막상 남편의 결심이 확고해졌을 때는 묵묵히 그의 선택을 응원했다. 신념과 주관이 확실한 남편을 믿었고, 또 남편의 대의를 향한 진정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지금 제가 남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은 말을 하기보다는 그저 눈빛으로, 행동으로 남편의 선택을 믿고 따르는 것, 그리고 또 남편이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처가 되어 주는 일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경선 기간 동안에는 3주 동안 전국을 순회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내느라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힘들어했는데, 제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그저 집으로 돌아오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었어요. 저는 옆에서 자다가도 수시로 깨서 남편이 이불은 잘 덮고 있는지, 어디가 아프지는 않은지 살펴보곤 했죠.”

이제는 말보다는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과 상태를 읽는다는 부부.

올해 초 있었던 총선부터 경선이 마무리 된 최근까지 어느 때보다 길고 힘들었던 시간을 보냈고, 또 앞으로도 보내야 할 시간이 남아 있는 두 사람이지만 두려운 것은 없다. 남편의 확신에 찬 선택과 아내의 굳건한 신뢰는 많은 풍파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충분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연애 시절부터 결혼, 정치까지

▲ 문재인 김정숙 부부.

문 후보와 김 여사는 경희대 캠퍼스 커플로 7년의 오랜 열애 끝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첫눈에 반한 불꽃 튀는 사랑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계기는 분명 남달랐다. 학교 내 유신헌법 반대 집회에서 앞장서서 시위를 하다 최루가스를 맞고 쓰러져 있는 문 후보를 마침 지나가던 김 여사가 발견했고, 물수건으로 얼굴을 적셔주었는데 마침 문 후보가 눈을 뜬 것이다.

“사실 그 일이 있기 1년 전부터 서로의 지인의 지인으로 눈인사 정도는 하는 사이였어요. 어쨌든 아는 사람인데, 최루가스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못 본 척 지나갈 수가 없었죠. 그때 남편이 눈을 뜨긴 했지만 우리 둘 다 서로에게 영화처럼 한눈에 반했던 것은 아니었어요(웃음). 한 사람은 그저 막연한 연민, 또 한 사람은 자신을 구해줬다는 고마움에 관심이 갔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이후 남편은 유신헌법 반대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는데, 연민의 마음에 면회를 한두 번 가다보니, 사랑의 감정이 싹 트게 됐고요.”

이후 7년간 사랑을 키워온 두 사람이지만 정작 데이트 역사는 곧 면회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김 여사는 문 후보가 있던 감옥, 군대, 사법시험을 공부하던 대흥사 골방으로 면회를 가야만 그와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현실이 힘들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떨어져 있던 덕분에 서로에 대해 더욱 애틋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이다.

이렇듯 면회가 많았다보니 두 사람 사이에는 면회와 관련된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많다. 한 번은 문 후보가 특전사에 입대했을 때인데, 김 여사가 첫 면회를 갈 때 들고 간 것이 화사한 안개꽃 한 다발이었다고. 보통 애인이 군대로 면회를 갈 때면 통닭이나 김밥 같은 먹을거리를 푸짐하게 싸간다고들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 처녀의 순수한 선물(?)은 먹을거리를 기대하고 면회실까지 쫓아나온 동료들까지 큰 충격에 휩싸이게 했단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저는 당시 그게 큰 문제(?)가 됐었는지 몰랐어요(웃음). 그런데 3년 전인가 남편이 시댁 어른들이 모두 계시는 자리에서 갑자기 안개꽃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는 군대에 대해 전혀 몰랐던 터라 남편에게 전후사정을 듣고 나니 어찌나 부끄러웠던지 몰라요(웃음).”

후일담으로 그 ‘안개꽃 사건’을 통해 문 후보는 김 여사를 평생 지켜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단다. 이렇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여자가 그 마음을 잃지 않도록 보호해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안개꽃’이 두 사람의 결혼에도 큰 역할을 한 셈이 됐다.

올해 결혼 31년째, 7~8년간의 연애기간까지 포함하면 거의 40여년을 함께 보낸 두 사람이지만 아직도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남다른 부부다.

경상도 출신 남자는 애정표현에 박하고, 무뚝뚝한 편이라지만 문 후보는 남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너무도 다정다감하고 가정적인 사람이다. 젊은 시절이나 지금이나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눈빛과 행동으로 가족과 아내에 대한 깊은 사랑을 표현하는 가슴 따뜻한 남자다.

“저희 부부는 평소에 등산하는 것을 좋아해요. 열심히 산을 타고 난 후에 오는 그 평화의 시간, 명상의 시간이 좋기도 하고, 산에 피는 야생화를 보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죠. 남편은 제가 좋아하는 야생화, 제가 좋아하는 산열매를 하나하나 기억하고, 계절마다 저를 그곳으로 일부러 데려가는 남자예요. 한 번은 산에서 따먹은 오디 열매가 맛있다고 했더니 어디 가서 오디열매 잘 익은 것을 한 움큼 따서 제 손에 조용히 쥐어주더라고요. 거창한 말은 없지만 항상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오롯이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사람이에요.”

이는 자녀교육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 후보는 자녀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공부하라는 말 대신 사랑한다, 믿는다는 표현을 자주 해줬고, 덕분에 1남 1녀 모두 올바르게 성장해줬다. 현재 딸은 이미 출가해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고, 아들은 아버지의 섬세함과 어머니의 예술성을 반반씩 닮아 미디어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긴 시간 동안 그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그이, 그리고 문 후보가 함께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공정한 사회,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 그래서 어떤 환경에 관계없이 누구나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말이다.

“남편은 늘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가치라고 말해왔어요. 또 그것을 매사 실천에 옮기던 사람이었고요. 한 사람 한 사람 뿐 아니라 길가의 작은 들꽃조차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남편을 존경해요. 이렇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존경심 때문에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남편을 믿고 따를 수 있는 것 같아요. 남편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단단한 사람이에요. 그만큼 그가 가진 신념대로만 해나간다면 뭐든지 다 잘 되리라 믿어요.” [Queen 2012년 10월호]


 [Queen 서효정 기자]  | 사진 [Queen 권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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