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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피고인>의 승승장구, 인기 비결은?
드라마 <피고인>의 승승장구, 인기 비결은?
  • 송혜란
  • 승인 2017.02.27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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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22.2% 잭팟 터졌다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 못 한 적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강력부 검사가 어느 날 눈떠 보니 구치소 감방이다. 그의 가슴엔 붉은 번호표가 붙어 있다. 하루아침에 아내와 딸을 죽인 사형수로 급락한 박정우 검사. 설상가상으로 단기 기억상실증까지 걸린, 인생 최악의 딜레마에 빠진 그의 절박하고 필사적인 투쟁이 뭇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요즘 월화 안방극장을 장악한 드라마 <피고인>의 이야기다. 방송 7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할 정도로 승승장구 중인 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을 짚어 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SBS 제공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7회 만에 시청률 22.2% 기록하며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전작 <낭만닥터 김사부>가 8회에 전국 시청률 20%를 넘어선 것보다 좀 더 빠른 흥행 속도다. 드라마 초반부터 복선만 여럿 깔아놓은 채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만 늘어놔 한때 고구마 전개라는 시청자들의 원성을 받은 것 치고는 꽤 선전한 셈이다. 이러다 결국 동 시간대 경쟁 드라마로 이탈하는 시청자들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괜한 기우였다. 매회 5분만 남겨둔 채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를 향한 불만은 갈수록 극에 달했지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본다는 시청자들이 오히려 더 늘어났다. 역시 인기 있는 드라마의 가장 큰 원동력은 작가의 필력, 그중에서도 탄탄한 구성력에 있었다.

이유 있는 고구마 전개

SBS <사랑해>와 <시티헌터>로 이름을 알린 최수진 작가. 그녀는 딸과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검사가 잃어버린 4개월의 시간을 기억해 내기 위해 벌이는 투쟁 일지이자 악인 차민호를 상대로 벌이는 복수 스토리를 꽤 촘촘하게 짜냈다. 마치 거대한 캔버스에 밑그림 먼저 다 그린 후 한 회 한 회 퍼즐 맞추듯 조금씩 채색해 나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무엇을 숨기고, 어떤 것부터 보여 줄지 퍼즐 조각을 선택하는 순서도 무척 고심한 듯싶다.
진범은 처음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 차민호. 시청자들은 그가 어떻게 박정우 검사를 함정에 빠뜨렸는지 단서를 찾는 데 급급했다. 기억을 잃은 정우로 인해 스스로를 의심한 그의 심리 상태를 고대로 따라가며 어느새 실제 드라마 속 주인공의 고뇌와 함께했을 것이다. 주변 인물이 조금씩 던져 주는 실마리에 머리 쥐어짜며 추리하는 모습이 실제 정우 같아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한 시청자의 감상평이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흡입력이 대단하다는 뜻일 터.
답답한 전개가 지겨워질 때 쯤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이성규의 존재와 기억을 찾아가는 정우의 모습을 그린 7회 말미는 또 어떠했나. 그동안 잘 참고 따라온 시청자에게 선물이라도 주 듯 극에 활력을 불어넣은 그녀의 밀당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물론 아무리 스토리가 좋아도 연출력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말짱 꽝. SBS <49일>과 <야왕> 등의 연출을 맡았던 조영광 PD 역시 밀도 있는 그림으로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조 PD는 이 드라마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뚜렷했다. 희망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힘들어하고 있을 사람들, 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품고 살면 희망이 이뤄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게 아닐까. 고구마 전개에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지성, 엄기준 명배우의 활약

최수진 작가의 필력, 조영광 PD의 연출이 한데 어우러져 완성도를 높인 <피고인>. 작가가 밑그림을 그리고 감독이 함께 채색해 갔다면 배우는 그림의 선명도를 극대화했다. 2015년 MBC <킬미, 힐미>에서 다중인격 연기로 연기대상을 품에 안은 지성의 명불허전 열연이 단연 돋보였다.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신부터 이마의 핏줄이 튀어나올 때까지 울어대는 오열 신, 딸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쏟아내던 눈물…. 실제 동료 배우 이보영과 결혼한 후 딸아이를 낳은 그의 연기는 갈수록 무르익고 있다.
대척점에 선 악의 축 차민호 역으로 팽하게 맞서는 엄기준은 극의 무게중심을 확실히 잡고 있다. 또한 박정우의 동료 검사인 오창석, 박정우와 악연으로 감방에서 재회한 조재윤은 물론 감방 동기이자 박정우를 누구보다 살갑게 챙겨 주던 이성규 역의 김민석 등 등장인물 모두 하나같이 핵심적인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특히 김민석은 2회 연속 반전남으로 소름 돋는 엔딩 신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교도소의 의무과장으로 부임한 정신과 의사 김선화와 차민호의 형 차선호의 불륜녀 제니퍼 리 등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는데…. 최근 방영분에서는 정우가 탈옥을 결심하는 등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여전히 남아있는 의문점들은 또 어떻게 풀어 나갈지, 매주 월화가 기대되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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