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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팔로워 5만 명, ‘좀 놀아 본 언니’ 장재열이 청춘들에게
SNS 팔로워 5만 명, ‘좀 놀아 본 언니’ 장재열이 청춘들에게
  • 송혜란
  • 승인 2017.01.13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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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왜’ 하고 집요하게 물어 보세요”
 

서울대 졸업, 삼성 입사에 빛나는 장재열은 현재 비영리 단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그의 네이버 포스트는 팔로워가 5만 명, 상담자가 3만여 명에 이른다. 꿈 멘토 김수영과 함께 진행하는 청춘 토크콘서트는 젊은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서른 즈음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박차고 뛰쳐나와 상담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에게는 또 어떤 스토리가 숨겨 있을까? 해 질 무렵 송파에 위치한 소마미술관 인근 카페에서 어렵사리 그를 만나 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단풍나무 사이로 걸어오는 그에게서 밝은 에너지가 물씬 느껴졌다. 오전에 산악회를 다녀왔다는 그는 매서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야외촬영까지 거뜬히 마쳤다. 책상 앞에 앉아 글 쓰고 상담만 하기에는 꽤 강인한 체력을 자랑했는데….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사뭇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다.
“어릴 적 심한 왕따를 당했어요.”
남자임에도 성격이나 말투, 행동이 여성스럽다는 이유에서다. 하루는 친구들의 물리적 폭행으로 인해 실신한 적도 있었다. 그런 친구들과도 어떻게든 친해지고 싶어 반장 선거에 나간 그에게 선생님마저 지독한 말을 쏟아댔다. “주공아파트에 사는 너희 어머니가 자모회 회원들을 감당할 수 있겠니?” 아홉 살짜리 꼬마 아이에게 세상은 너무나 가혹했다.
“선생님도, 친구도 나를 보호할 수 없다면 오롯이 내 힘으로 살아야겠구나 싶었어요. 스스로 노력해 남들보다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들어가 동창회 때 나의 월등함을 보여 주고야 말겠다고 다짐했죠. 그때부터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 기어코 서울대 미대, 삼성 제일모직에 들어가며 목표를 이뤘지만, 인생은 정말 산 넘어 산이더군요.”
특히 미대를 나온 그는 디자인 관련 부서가 아닌 인사팀으로 발령 나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 감정은 이내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인사과 직원으로서 서울에 있는 각 대학에 리크루팅을 갔는데 한 여대생이 묻더군요. ‘행복하세요?’ 당연하다고 말하고 돌아서는 순간, 화재 사고로 잃은 세 살 아래 남동생의 얼굴이 그 여대생과 겹쳤어요. 진짜 회사 생활이 얼마나 지독한지는 말하지 않고, 희망만 주는 게 마치 고문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우울증은 중증으로 악화되었고, 약도 잘 듣지 않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나왔다는 장재열. 그의 나이 스물아홉, 낙엽 흩날리는 가을이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이야기

서른 살을 맞이한 1월 1일, 동창회에 어깨 으쓱하고 나가야 할 그는 초라한 모습으로 병원 침실에 누워 있었다. 치료는 난항을 거듭했다. 우울증이 워낙 심한데다 의사의 어떤 말도 그를 납득시키지 못하자 의료진은 하나둘 치료를 포기하고 떠나기 일쑤였다. 그때 한 심리학자가 최후의 처방전을 내놓았다.
‘현재 당신의 마음은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단단히 씌워져 있으니 밖에서 하는 위로가 전혀 와 닿지 않는 것 같군요. 그렇다면 당분간 타인과 상담하지 말고, 자문자답 글쓰기를 한번 해보세요. 당신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니까요.’
이것이 유일하게 남은 치료법이라는 말에 그는 절실한 마음으로 매일매일 블로그에 자문자답 형식의 글을 써 나갔다. 서른 살의 장재열이 묻고, 답을 할 때 그는 자신이 박사라도 된 듯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블로그 포스트가 조금씩 쌓여 가자 네이버 검색엔진을 통해 그의 글을 접한 이들이 하나둘 고민 편지를 보내왔다.
그의 블로그가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공간이라고 오해한 것이다. 번 아웃된 직장인부터 취준생까지 그들의 고민은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동병상련의 마음이 든 그는 하루에도 400통이 넘는 메일에 일일이 다 답변을 달아 회신했다. 마치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속 주인공들처럼!
자신이 이런 상담을 해도 되는 사람인가,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는 장재열이 아닌 제3자 ‘좀 놀아 본 언니’라는 페르소나로 접근했다. 그래야 그에게 오는 심리적 타격도 크지 않을 거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그의 우울증은 다행히 완치되었고, 그는 우울증 흔적이 남아 있는 블로그에서 벗어나 네이버 포스터라는 새 플랫폼을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상담가의 길을 걷게 된 그는 네이버 포스트의 팔로워가 5만 명, 상담자가 3만여 명에 이르자 비영리 단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을 설립했다. 국방FM, 캠퍼스TV, 불교TV 등 방송 패널과 유튜브 ‘언니TV’를 진행하며 고민 상담 전문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장재열. 저서 <좀 놀아 본 언니의 미심쩍은 상담소>, <오늘도 울지 않고 살아 낸 너에게>를 펴낸 그는 나름 작가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열정 강박에 빠진 사람들

그에게 편지를 보내온 사람들의 주된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무언가 가슴 뛰는 일을 찾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더라고요. 주변에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잘 찾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많은데, 자기는 도통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대요.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저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뭐, 이런 고민이 대다수였어요.”
그러나 모두가 꿈을 가질 필요는 없다. 꿈은 가변적인 것인데, 요즘은 너무 꿈을 과대 포장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꿈에 대해 상담 받은 이들이 나중에 후일담을 들려줘요. 그들이 다 꿈을 찾았을까요? 아니에요. 자기가 비록 꿈은 못 찾았지만 이제 더는 강박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는 게 결론입니다. 나중에 꿈을 찾더라고 또 바뀔 것 같다는 거죠. 벌써 꿈을 정해 그대로 평생을 산다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어요. 사람은 성장해 가면서 사고의 폭도 확장되잖아요. 꿈은 가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 꿈이 꼭 직업이 아니어도 된다.
“물론 진짜 꿈을 찾았다는 이도 있어요. 그러나 그들의 꿈이 멋있는 직업은 아니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더라도 퇴근 후에는 자신만의 취미 생활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도 충분히 꿈이 될 수 있어요.”
이에 그는 누가 봐도 멋있는 꿈을 찾아 가슴 뛰는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을 가리켜 열정 강박에 걸린 사람들이라고 칭했다.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MBTI’라는 게 있다. 꿈 멘토 김수영을 비롯해 성공적인 인생 스토리로 청중을 압도하는 강사들은 대개 스파크형에 속한다. 퍼포먼스가 밖으로 잘 드러나고, 외향적이며, 표현력이 강하다. 스파크형 인물은 본성 자체가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은 전 세계를 통틀어 1% 미만밖에 없다. 오히려 눈에 잘 띄지 않고 내향적이며 평범한 사람인 소금형 인물이 16%로, 사회가 돌아가는 데 꼭 필요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은 자꾸 이동하면 불안감을 느낀다. 무슨 일이든 꼭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 뒤에 움직여야 하는 특징도 있다.
“강연자 중에는 스파크형이 많지만 청중들은 소금형이 지배적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스파크형 유명인을 보고 나는 왜 저렇게 못살지, 자괴감에 빠지는 형상을 보면 무척 안타까워요. 마치 TV에 나오거나 베스트셀러를 낸 권위자들이 말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열정 강박에 빠진 것 같습니다.”

자기 성정대로 살아라

열정 강박도 어쩌면 일시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성공에 대한 기준도 사회가 변화면서 트렌드화되기 마련이다. 그 시점에서 사람들이 불행해지기 시작한다고 말하는 장재열. 언젠가는 공무원으로 30년 이상 근속한 사람이 성실과 근면이 최고의 가치라며 강연장에 설 수도 있는 법이다.
“결국 우리 삶의 답은 딱 한 가지, 자기 성정대로 사는 겁니다.”
요즘은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하는 법에 대해서는 다들 열심히 배우려고 하는데, 정작 자기 성정에 대해 고찰하려는 마음은 약한 게 사실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에 대한 프레임을 벗어나 진짜 자기 성정에 대해 한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저도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 둘 다 없어요. 전형적인 소금형 인간이죠. 제가 상담가가 된 히스토리를 보아도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 흘러 왔습니다. 흘러가는 삶. 프레임 밖에 있는 삶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을 열심히 배우는 게 아니라 자신의 내면으로 수렴하는 과정이 더욱 필요합니다.”
방법을 모르겠다면, 그가 앞서 실행한 자문자답 글쓰기를 따라 해 볼 수 있다.
“왜, 일곱 살짜리 꼬마 아이가 세상의 진리를 찾을 수 있다는 말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옛날에는 공룡이 있었다는데 왜 지금은 없어요?’라고 시작되는 조카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귀찮았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겠죠. 여기서 우리는 ‘왜’에 집중해야 합니다. 보통 자신에게는 ‘왜’라는 질문을 잘 안 해요. ‘왜’는 내 안에 들어 있는 어마어마한 내핵을 뚫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오늘부터 집요하게,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자답해 보길 바래요. 일단 지피가 되면 플레잉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야 어떤 폭풍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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