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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는 않았나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는 않았나요?
  • 송혜란
  • 승인 2016.11.30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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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많았다. 그러나 JTBC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기존 불륜 드라마와 확연히 다르다.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그 때 그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왜 우리는 죽지 못해 사는 부부가 됐을까? 드라마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는 않았나요?

취재 송혜란 기자

‘예약해놓았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 힐즈 호텔 3시. 보고 싶습니다.’
남편 도현우가 딸 준수를 유치원 집에서 데려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아내 정수연은 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PD인 현우는 프로그램의 출연자와 회식을 하느라 전화를 받지 못했다. 집에 돌아온 현우가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수연은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화장실 문을 닫았다. 이때 수연의 핸드폰에 마이클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수연의 불륜을 암시하는 내용에 현우는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주 토요일이라…. 현우는 당일 촬영을 포기하고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밀회 장소로 향했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아내는 어김없이 한 남자와 함께 있었다. 기어코 삼자대면이 이어졌다. 불륜남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불장난이지만 수연을 사랑한다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 역시 이미 가정이 있는 남자였다. 당시 수연은 결혼반지를 빼고 있었고, 현우는 이혼하자며 분노했다. 그러나 두 사람 누구도 용서를 빌지는 않았다.

현실은 사이다 아닌 고구마

일은 이미 벌어졌다. 현우에게 바람을 들킨 수연은 모호한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사과해서 끝낼 일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이혼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야.”
이에 현우는 “언제부터냐”고 물었고, 수연은 “이런 말 하는 게 이해되진 않겠지만 정말 속일 마음은 없었다”고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현우는 또 화를 참기 어려웠다.
“너 지금 분위기 파악이 안 되냐. 네가 지금 이딴 식으로 나올 때냐. 먼저 무릎 꿇고 용서 비는 게 도리 아니냐.”
격양된 분위기에 수연을 입을 닫아버리고 결국 뛰쳐나갔다. 현우의 추궁에 6개월 전부터 그를 만났고, 함께 잠도 잤으며, 자신이 먼저 만나자고 했다는 말까지 남겨 그는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럼에도 아내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현우는 수연과 다시 대화를 시도하지만 늘 제대로 된 소통은 되지 않은 채 분노만 표출하다 끝나기 일쑤였다. 아, 현실은 사이다 아닌 고구마라고 했던가…. 찌질한 남자들의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지현우 캐릭터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는 후문이다.

이유 있는 바람
 
그런데 수연은 왜 바람을 피웠을까? 드라마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현우는 평범한 외모에 특징 없는 성격, 길 가다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대한민국의 흔한 40대 남성이다. 하지만 그에겐 모두가 부러워하는 것이 있었느니 그것은 바로 아내 수연이었다. 대학 시절 퀸카였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에, 잘나가는 커리어우먼. 게다가 바쁜 와중에도 육아와 집안일까지 똑 부러지게 해내는데다 예고 없이 불쑥 들이닥치는 시어머니에게 싫은 표정 한번 한 적 없는, 심성 고운 아내다.
그러나 이는 순전히 현우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수연의 모습일 뿐. 호수 위의 우아한 백조도 물 밑은 고단한 법이다. 슈퍼맘은 유치원에 홀로 남아있을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구두를 신고 달려야 했으며, 퇴근하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고, 밀린 집안일에 아이 교육, 남편의 내조에 신경 쓰면서 회사 업무에 빈틈이 없어야 했다. 무리였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나타난 한 남자가 그녀를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며느리가 아닌 온전히 ‘정수연’으로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주며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때였다. 그녀 역시 지금 자신이 괜찮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그녀의 불륜은 워킹맘의 산소 호흡기였던 셈이다.
가정을 깨고 싶어 피운 바람은 아니었다고 말하던 그녀가 현우에게 이혼서류를 남긴 시점도 이를 잘 증명해 준다. 현우는 한때 수연이 집에서 아이만 키우는 엄마들에게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고 독설을 퍼부으며 화를 낸 적이 있다.
“나도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 힘들었어. 결혼도 일도 내가 선택한 거니까 어느 하나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 그때였나 봐. 나도 몰랐던 걸 그 사람이 알아줬다는 게 이상하게 기쁘면서 슬펐어. 그래 다 변명이야. 맞아.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 더는 당신하고 얼굴 마주하고 살 자신이 없어.”
도리어 이혼을 당할 처지에 놓이고 만 현우. 그러나 그는 온라인 상담을 통해 아내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깨달아가고 있는데…. 부부는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로맨스를 이룰 수 있을까? 이선균, 송지효 등 명품배우의 실감 나는 연기와 예지원의 코믹 매력, 가수 보아의 출연만으로 첫 방부터 화제가 되었던 이 드라마의 스토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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